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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른 전력 - 장마
아까의 소란으로 폐공장에 있던 조직원들이 다 몰려왔을 터니 더 이상 싸울 일도 없을 터. 다른 공간에서 피고 돌아가야겠다. 나카하라가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여니 아까보다 더욱 요란한 빗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이 아까까지 살아있었던 자들의 죽음을 위로하는, 그들의 한이 느껴지는 음악회 같았다. 그러니 뒤통수 칠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지. 이제 생체 기능이 멈춰버린 그들을 향해 비웃음을 던지고는 나카하라는 중력으로 비를 막으며 나아갔다.
우산을 쓴 것처럼 나카하라를 감싸며 만든 중력장을 비가 거세게 두드리며 밑으로 흘려내려갔다. 마치 유리관 안에 넣어둔 진귀한 보물처럼 중력장은 그를 보호했다. 중력장을 유지하며 거센 빗속에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며 피 냄새를 풍기는 그 모습은 죽음의 사신을 연상케 했다. 문득 그의 발걸음이 멈추고 저 앞에서 비를 흠뻑 맞은 사내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나카하라보다 훨씬 잔혹한 사신.
"츄야, 이제야 나왔나? 너무 느려서 내가 다 젖어버렸지 않은가!"
"내가 언제 밖에 나와서 기다리라 했냐? 비가 거세서 5분만 맞아도 물에 빠진 생쥐 꼴이겠고만."
하지만 나온 지 꽤 된 건지 다자이의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입술이 푸르뎅뎅했다. 이 자식,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 거야? 겉으로는 툴툴 대지만 멀쩡한 척 순진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다자이의 눈빛에 미안해져서(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카하라는 눈을 돌리고 딴 청을 하며 물었다.
"왜 비 맞고 있는거야?"
"저체온증으로 죽는 자살법이야."
잠깐 미안한 마음 든 것 취소다. 예상치도 못 한 엉뚱한 대답에 나카하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카하라의 반응에 다자이는 낄낄거리며 좋아했다. 죽을 거면 한 방에 죽어버리지, 비 맞는 저체온증으로 어느 세월에 죽어? 자살이라고 하지만 분명 제 반응을 즐기는 것도 톡톡히 하고 있을 것이다, 저 얄미운 놈.
"장난이라네. 사실 피 냄새가 너무 안 빠져서 말이야. 자네를 맞이하려면 깨끗하게 만나야 하지 않겠어?"
"지금 꼴이 더 한심한 거 알고 있냐?"
"츄야는 내 마음을 너무 몰라."
가련한 여인처럼 우는 시늉을 내는 다자이를 보며 나카하라의 이마에 사거리 마크가 생겨났다. 주위가 비 때문에 한기가 돌고 있음에도 다자이의 장난 때문에 속이 끓어 따스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놀리는 다자이를 무시하며 먼저 앞으로 걸어나갔다. 피곤해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 자식이 왜 계속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비 맞아서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말이다. 먼저 들어가면 알아서 따라오겠지.
"그보다 츄야. 혼자서 비 안 맞고 치사하지 않은가?"
"불만 있으면 네 이능력을 지워버리던가. 안 맞게 하고 싶어도 이능력 무효화된다고."
"츄야가 내 걱정을...!"
이 자식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나카하라가 입을 나불거리지 않게 최대한 빨리 걸어서 갈려고 마음 먹은 순간이었다. 갑자기 다자이가 빠르게 나카하라 옆까지 왔다.
"그러니까 공평하게..."
"엉?"
"같이 맞게나!"
덥석! 다자이가 나카하라의 어깨를 잡자 쏟아지는 비가 순식간에 나카하라를 덮쳐왔다. 그리고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나카하라, 그도 다자이처럼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다는 것을. 비가 모자를 때리며 누르는 바람에 나카하라의 눈을 덮어버리자 다자이의 큰 웃음소리가 나카하라의 귀에 들려왔다.
"빗물을 핏물로 만들어버린다!?"
"츄야, 아까보다 더 보기 좋은 거 아나? 고고함에서 처량함으로 푸푸풉-!"
"웃지 마 - !!"
정말 이 자식이랑 있으면 되는 일이 없어! 내가 다음에 다자이놈이랑 같이 다니나 봐라. 나카하라는 짜증이 치솟아 제 어깨에 아직까지도 손 올리고 있는 다자이의 손을 거칠게 쳤다. 그러자 다자이가 허리를 숙여 불쑥 나카하라한테 제 얼굴을 가까이했다.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얼굴을 제대로 본 게 이 순간이다. 아까까지 얼굴을 보기 싫어서 제대로 쳐다보지를 않았으니까.
비 때문이다, 비 때문이야. 나카하라는 속으로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비에 젖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뺨에 붙고 추워서 애처롭게 푸르게 된 입술이 따뜻하게 해주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나카하라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얼굴이 창백한 것과는 반대로 강렬하게 타올랐다. 동시에 나카하라를 유혹하듯이 다자이는 눈꼬리를 휘며 예쁘게 웃어 보였다.
다자이의 웃음에 나카하라기 홀린 듯이 다자이한테 양팔을 뻗어 다자이의 목을 끌어안았다. 다자이의 눈동자에 나카하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더니 곧 입술에 말랑한 감촉이 닿았다. 비 맞아서 체온이 떨어졌을까, 따뜻할 줄 알았던 입술은 비처럼 싸늘했다. 서로의 차가워진 입술을 몇 번 비비자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목을 감싸던 팔에 힘이 들어가더니 입술을 도장 찍듯이 꾹 눌러왔다. 음식을 베어 물듯이 나카하라가 입을 떨어뜨리곤 작게 벌려 다자이의 입술을 다시 덮쳐왔다.
어른의 키스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린아이의 키스도 아니었다. 다자이의 입술을 비비고, 빨고, 누르기를 반복. 비 맞아서 추웠는데 몇 번의 입맞춤으로 다자이와 나카하라의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다자이의 입술을 그리 탐했으면서도 나카하라는 아쉽게 입맛을 다시며 떨어졌다. 부드러우면서도 격렬한 키스로 서로의 얼굴에 홍조가 생겼다. 그리고 비로 잔뜩 젖어서 옷에 몸이 들러붙은 걸 보자니 흥분감이 더욱 상승됐다.
"츄야 어때? 비가 그칠 때까지..."
다자이가 저 앞의 또 다른 폐공장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싱글벙글 웃는 면상. 이것 또한 도발이려니. 나카하라는 대답 대신 씩 입꼬리를 올렸다.
아까의 소란으로 폐공장에 있던 조직원들이 다 몰려왔을 터니 더 이상 싸울 일도 없을 터. 다른 공간에서 피고 돌아가야겠다. 나카하라가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여니 아까보다 더욱 요란한 빗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이 아까까지 살아있었던 자들의 죽음을 위로하는, 그들의 한이 느껴지는 음악회 같았다. 그러니 뒤통수 칠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지. 이제 생체 기능이 멈춰버린 그들을 향해 비웃음을 던지고는 나카하라는 중력으로 비를 막으며 나아갔다.
우산을 쓴 것처럼 나카하라를 감싸며 만든 중력장을 비가 거세게 두드리며 밑으로 흘려내려갔다. 마치 유리관 안에 넣어둔 진귀한 보물처럼 중력장은 그를 보호했다. 중력장을 유지하며 거센 빗속에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며 피 냄새를 풍기는 그 모습은 죽음의 사신을 연상케 했다. 문득 그의 발걸음이 멈추고 저 앞에서 비를 흠뻑 맞은 사내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나카하라보다 훨씬 잔혹한 사신.
"츄야, 이제야 나왔나? 너무 느려서 내가 다 젖어버렸지 않은가!"
"내가 언제 밖에 나와서 기다리라 했냐? 비가 거세서 5분만 맞아도 물에 빠진 생쥐 꼴이겠고만."
하지만 나온 지 꽤 된 건지 다자이의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입술이 푸르뎅뎅했다. 이 자식,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 거야? 겉으로는 툴툴 대지만 멀쩡한 척 순진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다자이의 눈빛에 미안해져서(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카하라는 눈을 돌리고 딴 청을 하며 물었다.
"왜 비 맞고 있는거야?"
"저체온증으로 죽는 자살법이야."
잠깐 미안한 마음 든 것 취소다. 예상치도 못 한 엉뚱한 대답에 나카하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카하라의 반응에 다자이는 낄낄거리며 좋아했다. 죽을 거면 한 방에 죽어버리지, 비 맞는 저체온증으로 어느 세월에 죽어? 자살이라고 하지만 분명 제 반응을 즐기는 것도 톡톡히 하고 있을 것이다, 저 얄미운 놈.
"장난이라네. 사실 피 냄새가 너무 안 빠져서 말이야. 자네를 맞이하려면 깨끗하게 만나야 하지 않겠어?"
"지금 꼴이 더 한심한 거 알고 있냐?"
"츄야는 내 마음을 너무 몰라."
가련한 여인처럼 우는 시늉을 내는 다자이를 보며 나카하라의 이마에 사거리 마크가 생겨났다. 주위가 비 때문에 한기가 돌고 있음에도 다자이의 장난 때문에 속이 끓어 따스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놀리는 다자이를 무시하며 먼저 앞으로 걸어나갔다. 피곤해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 자식이 왜 계속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비 맞아서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말이다. 먼저 들어가면 알아서 따라오겠지.
"그보다 츄야. 혼자서 비 안 맞고 치사하지 않은가?"
"불만 있으면 네 이능력을 지워버리던가. 안 맞게 하고 싶어도 이능력 무효화된다고."
"츄야가 내 걱정을...!"
이 자식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나카하라가 입을 나불거리지 않게 최대한 빨리 걸어서 갈려고 마음 먹은 순간이었다. 갑자기 다자이가 빠르게 나카하라 옆까지 왔다.
"그러니까 공평하게..."
"엉?"
"같이 맞게나!"
덥석! 다자이가 나카하라의 어깨를 잡자 쏟아지는 비가 순식간에 나카하라를 덮쳐왔다. 그리고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나카하라, 그도 다자이처럼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다는 것을. 비가 모자를 때리며 누르는 바람에 나카하라의 눈을 덮어버리자 다자이의 큰 웃음소리가 나카하라의 귀에 들려왔다.
"빗물을 핏물로 만들어버린다!?"
"츄야, 아까보다 더 보기 좋은 거 아나? 고고함에서 처량함으로 푸푸풉-!"
"웃지 마 - !!"
정말 이 자식이랑 있으면 되는 일이 없어! 내가 다음에 다자이놈이랑 같이 다니나 봐라. 나카하라는 짜증이 치솟아 제 어깨에 아직까지도 손 올리고 있는 다자이의 손을 거칠게 쳤다. 그러자 다자이가 허리를 숙여 불쑥 나카하라한테 제 얼굴을 가까이했다.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얼굴을 제대로 본 게 이 순간이다. 아까까지 얼굴을 보기 싫어서 제대로 쳐다보지를 않았으니까.
비 때문이다, 비 때문이야. 나카하라는 속으로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비에 젖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뺨에 붙고 추워서 애처롭게 푸르게 된 입술이 따뜻하게 해주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나카하라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얼굴이 창백한 것과는 반대로 강렬하게 타올랐다. 동시에 나카하라를 유혹하듯이 다자이는 눈꼬리를 휘며 예쁘게 웃어 보였다.
다자이의 웃음에 나카하라기 홀린 듯이 다자이한테 양팔을 뻗어 다자이의 목을 끌어안았다. 다자이의 눈동자에 나카하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더니 곧 입술에 말랑한 감촉이 닿았다. 비 맞아서 체온이 떨어졌을까, 따뜻할 줄 알았던 입술은 비처럼 싸늘했다. 서로의 차가워진 입술을 몇 번 비비자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목을 감싸던 팔에 힘이 들어가더니 입술을 도장 찍듯이 꾹 눌러왔다. 음식을 베어 물듯이 나카하라가 입을 떨어뜨리곤 작게 벌려 다자이의 입술을 다시 덮쳐왔다.
어른의 키스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린아이의 키스도 아니었다. 다자이의 입술을 비비고, 빨고, 누르기를 반복. 비 맞아서 추웠는데 몇 번의 입맞춤으로 다자이와 나카하라의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다자이의 입술을 그리 탐했으면서도 나카하라는 아쉽게 입맛을 다시며 떨어졌다. 부드러우면서도 격렬한 키스로 서로의 얼굴에 홍조가 생겼다. 그리고 비로 잔뜩 젖어서 옷에 몸이 들러붙은 걸 보자니 흥분감이 더욱 상승됐다.
"츄야 어때? 비가 그칠 때까지..."
다자이가 저 앞의 또 다른 폐공장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싱글벙글 웃는 면상. 이것 또한 도발이려니. 나카하라는 대답 대신 씩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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