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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한 여름날. 히지카타는 햇빛의 뜨거운 열기에 지쳐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으며 아지랑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 여름에 두꺼운 제복을 입고 순찰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반팔 입고도 덥다고 손부채질을 하는데 자신은 두껍고 검은 제복이라니. 너무 더워서 정신이 이상해진 건지지면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눈앞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리 내리받으면 정신이 아니라 몸이 아지랑이로 변해서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에 이르자 히지카타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순찰에 집중해야지, 뭐 하는 거야 나는. 해결사랑 하도 마주쳐서 그 녀석을 닮아가나. 이런 정신으로 돌아다니다 양이지사 녀석한테 습격 받기 딱이겠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앞에 멀리서 한 여인이 다채로운 꽃다발을 품에 한 아름 들고 오고 있었다.
여인은 아지랑이처럼 천천히 자신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금방이라도 아지랑이에 흡수돼서사라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양새였다. 햇빛에 약한 건지, 병자인 건지. 하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이 결코 건강한 모습이 아니었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려 대충 소매로 닦으며 여인의 곁을 지나치려고 할 때였다. 여인의 몸이 크게 휘청이더니 넘어졌고, 품에 안긴 꽃다발이 위로 던져져 꽃잎을 뿌리며 볼품없게 바닥으로 추락했다. 위로 던져져 뿌려진 꽃잎들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아련하게 내리며 히지카타의 뺨을 스쳐 바닥에 떨어졌다. 꽃잎들이 내려와 히지카타의 시야를 잠시 차단하였고, 제정신이 든 히지카타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 * *
"히지카타씨, 귀신이라도 본 것 아닙니까?"
히지카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오키타가 표정 변화 없이 무덤덤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 말에 곤도와 히지카타는 분위기가 싸해짐을 느꼈고 곤도가 분위기 전환 삼아 크게 웃었다.
"토시가 한여름에 너무 돌아다녀서 헛것을 본 거일 거야!"
"그, 그렇지 콘도씨? 한낮에 귀신이 돌아다닐 리가없잖아."
"하지만 눈앞에 넘어진 여자는 사라졌다며, 히지카타 요 녀석아."
오키타의 말이 맞았다. 헛것이라도 봤나 싶었지만 그때 낮에 본 여인의 품에 있던 꽃들은 바닥에 있었다. 위로 던져진 꽃다발에 잠시 시선을 팔긴 했었으나 쓰러져 있어야 할 여인의 모습은 온대 간도 없이 사라졌다. 발걸음 소리도, 위로 뛰어서 사라진 것도 전혀 아니었다.
"... 토, 토시. 혹시 그 여자 여기 있어?"
"곤도씨, 소고 녀석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고."
"어. 히지카타씨 뒤에...."
"우오억-!!"
오키타가 히지카타의 등 뒤를 손짓하며 가리키자 오키타의 맞은편, 히지카타 옆에 있던 곤도는 뒤돌아 확인하지도 않고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옆으로 펄쩍 뛰다가 벽에 머리를 강하게 박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뭐 하십니까, 히지카타씨?"
"마, 마요네즈 왕국으로 가는 길이 있지 않을까 찾는 중이다."
구석에 놔둔 항아리에 몸을 숨기는 히지카타를 바라보며 오키타는 비소를 지었다.
* * *
이상한 괴담이 확산되기 시작하고 괴담 소식에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있던 여인을 만난 사람은 죽는다는 괴담이었다. 그중 그 여인을 만난 사람들은 실종되었고, 실종자 신고와 더불어 괴담 속의 여인을 잡기 위해 진선조는 가부키초 거리를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그러나 그 여인은 뉴스에서 나올 정도로 화제여서인지 괴담 속의 여인이랑 닮은 여자조차 찾기 힘들었다. 이미 모습을 감춘 것일까, 아니면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없는 걸까. 한여름 대낮의 괴담은 그렇게 미궁 속으로 사라졌다.
* * *
여인을 만난 후, 히지카타는 이상하게 변해갔다. 평소에 길거리에 마주치는 긴토키를 그리 끔찍이도 싫어하는 그가 해결사에 불쑥불쑥 찾아오기 시작했다. 더워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니 해결사의 멍청한 얼굴을 보고 정신을 차리겠다나. 덕분에 긴토키와 투닥이는 일이 잦아들었다. 왜 보기 싫은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는 건지. 카구라와 신파치는 물론, 진선조 대원들도 히지카타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히지카타 스스로도 자신이 이상해져간다는 걸 알고 있다. 하나, 날이 갈수록 긴토키가 틈만 나면 떠올랐고, 꿈속에서도 늘 나와서 괴로울 지경이었다. 왜 갈수록 이리 그리워서 미쳐가는 건지 스스로도 의문이 생길 무렵 심장 통증이 생겼다. 이 심장 통증은 긴토키를 떠오르면 더욱 심해져 갔고, 긴토키를 보면 순식간에 나아져 말도 안 되는 이유지만 심장 통증을 없앤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긴토키한테 날이면 날마다 찾아갔다. 그런데...
"뭐냐, 이건.. "
심장 통증 때문에 가슴이 괴로워 손으로 부여잡으며 숨을 헐떡이며 기침할 때 입에서 이상한 것이 토해졌다. 사람의 몸에서 나올 리가 없는 꽃이었다. 혼란스러워하며 그것들을 바라볼 때 다시 기침이 나왔고, 그것이 현실이라고 증명하듯이 입에서 아까보다 더한 꽃들을 토해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몸에서 나뭇가지가 박혀서 자라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에서 자라는 건지도 모르고 단순히 몸에 붙은 건 줄 알았던 히지카타는 손으로 털어내려고 해도 안 털어지자 손으로 잡아당겼고 신체 일부에 박힌 칼을 뽑는듯한 고통에 손을 놓았다. 빼려고 하면 생기는 고통에 거추장스러우니 나뭇가지를 꺾고 병원에 가서 치료하자는 생각으로 히지카타는 별생각 없이 나뭇가지를 부러뜨렸다. 그러자 몸에 칼로 벤 것 같은 화끈한 느낌에 절로 나오는 신음을 아랫입술을 물어 참으며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 나뭇가지는 그의 신체 일부라는 듯이 부러뜨린 부분에 피가 맺혀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히지카타가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결국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할 일들을 오키타와 그 밑의 부하들한테 전부 맡겨버렸다. 대신 서류 처리나 안에서 할 수 있는 잡일들은 자신이 처리했다. 며칠 내내 바깥으로 나오지를 않으니 부하들의 걱정이 커져가고 결국 오키타와 곤도가 그의 방에 찾아왔고 그의 상태를 본 곤도는 강제로 쉬게 했다. 여름 감기에 심하게 걸린 모양인지 히지카타는 이부자리에 꼼짝도 못 한 채 열이 펄펄 나는 상태였다. 히지카타의 상태가 심각한 걸 봐서인지 일을 게을리하던 오키타는 부지런히 하기 시작했고, 시비를 걸러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히지카타의 증세는 점점 더 악화되기 시작했다. 히지카타가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약을 안 먹나 의심한 오키타는 지극정성으로 약을 챙겨주며 먹는 모습까지 봐야 그제야 돌아갔다. 음식에 독이 든 것이 아닌가 하는 말들도 나오자 부하들은 히지카타의 음식도 철저하게 검사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결국 곤도가 큰 병원에 들어가 입원하자고 했으나 히지카타는 이상할 정도로 격하게 거부했다. 떨어지지 않는 열, 올 때마다 누워있는 모습만 봐온 곤도라 여러 차례 설득을 하자 침묵만 유지하며 도통 말을 안 하는 히지카타가 입을 열었다.
"곤도씨, 이 주일 여행 갈 생각이야."
"토시, 그 몸으로 여행이라니 무슨 소리야?"
"미안해, 곤도씨. 그건 말할 수가...읍..."
히지카타는 말하려다가 말고 손으로 황급히 입을 막았다. 오키타가 몇 번 히지카타가 구토할 것처럼 굴어서 봉지를 주며 편하게 토해라 해도 삼킨다고 한 말이 곤도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억지로 참는 것이 지금 몸 상태가 이리 된 거랑 관련 있어서 말을 안 하는 걸까. 곤도가 행동에 대해서 물으려고 할 때 히지카타가 입을 막고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고, 입을 틀어막은 손가락 사이로 꽃잎이 떨어졌다. 그걸 보고 곤도가 의아해하자 히지카타가 자포자기하듯이 입에서 손을 떼자 입에서 나온 꽃들이 후드득 떨어졌다. 곤도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그것을 물어보기도 전에 히지카타가 손을 들어 막았다.
"...곤도씨, 부탁이야."
처연하게 쿨럭거리며 히지카타가 겨우 입을 열었으나 곤도가 그걸 들어줄 리가 없었다. 눈앞의 괴상한 병은 듣도 보도 못 했다. 그동안 히지카타가 숨긴 이유가 불치병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곤도는 드물게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토시, 하지만...!!"
"녀석들한테 들켜서 걱정 끼치기 싫어."
"...그럼 말해줘.그리고 매일 위치 알려주고. ...무슨 일 생기면 달려갈 수 있도록, 그리고 완치 방법 찾아볼게."
"그럼 나도 부탁이 있어."
* * *
"어이어이. 너희 경찰은 예의도 없답니까? 이런 새벽에 찾아오고."
현관 문을 다급하게 두드리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깊은 잠에 빠져있던 긴토키라 잠이 덜 깬 부스스한 눈으로 상대방을 신경질적으로 바라봤다. 제복 차림이라 평소에 귀찮게 찾아오던 히지카타일 줄 알았건만 숨을 헐떡거리는 곤도의 모습을 보고 긴토키의 신경질적인 기분이 어리둥절하게 변해버렸다. 부하도 아니고 국장인 녀석이 이런 늦은 시간에 방문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온다고 해도 대원 녀석을 시키면 될 일인데 말이다.
"아아, 미안해. 너만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서 말이야."
이 시간에 찾아온 것이 실례인 것은 알고 있어서 곤도는 멋쩍게 웃었다. 긴토키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보더니 잠에 취한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나중에 끝나면 잔뜩 뜯어내야지 생각과 함께.
"그래서 무슨 일인데?"
"토시에 관련된 거야."
"엉?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왜 안 보이냐? 안 보인 지 이 주는 넘은 것 같은데."
"다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
"...아침에 보자."
곤도의 말에 긴토키의 표정이 확 구겨지더니 문을 확 닫아버리고 긴토키의 반응에 곤도는 다시 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안 돼, 토시를 구할 수 있는 녀석이 너뿐이라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고 한 긴토키는 곤도의 말에 발걸음을 멈추곤 다시 되돌아가 문을 열었다.
"...어이, 간결하게 말해."
* * *
못 만난 지 몇 주되지 않았건만 몇 년 동안이나 안 본 것 같은 그리움에 히지카타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꿈속에서 녀석은 늘 나타나서 이런 자신의 마음도 모른 채 시시덕 거리며 놀린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바보 같은 놈을 좋아하게 된 거지. 몸이 이 지경인데도 당장 일어나서 만나러 가고 싶을 정도로. 몸은 움직일 수 있으나 만나러 갔다가는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녀석은 내 것이 아닌데 집착하는 꼴이라니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니 더 이상 내 꿈에 나타나지 말라고 꿈속의 긴토키한테 히지카타가 입을 열려고 하는 찰나 잠에 들었던 몸이 깨려고 하는 징조인지 긴토키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다 사라졌다.
"이제야 일어났냐, 잠꾸러기 마요라야."
".....?"
자신을 껴안은 무언가의 온기와 함께 듣고 싶은 목소리가 히지카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너무 그리워서 이번에는 현실적인 꿈인가 하고 다시 눈을 감으려 하였으나 몸을 감싸 안은 온기가 너무 생생해서 다시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긴씨 얼굴에 뭐 묻기라도?"
"...으아아아아악-!!"
긴토키란 걸 확인한 히지카타는 소스라치더니 긴토키를 있는 힘껏 발로 차버렸다.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침대인 모양인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긴토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불쑥 솟아올랐다. 갑작스러운 봉변에 화가 난 모습이다.
"이게 무슨 짓이야, 어이!?"
"네 녀석이 왜 여기 있는 건데!?"
"기껏 구해줬더니 뭐?"
구해줬다고? 히지카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머무르던 모텔이 아닌 병원으로 보이는 풍경이었고, 환자복 차림으로 자신은 침대에 누워있는 꼴이 아닌가. 긴토키가 어떻게 자신을 찾아서 병원에 옮겼는가도 당황스럽지만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자신의 모습이었다. 갈아입히면서 분명히 봤으리라.
"꺼져버려."
"어라? 그거 진심이냐? 잠꼬대로 내 이름 부르던데."
인생 최대의 수치 사다. 히지카타는 얼굴이 확 붉어지더니 베개로 히죽거리는 긴토키의 머리를 강타했다. 자신은 지금 이 모양인데 이 녀석은 자신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녀석이 이렇게 온 걸 보면 곤도가 다 말한 것이 틀림없으리라. 그리고 이 녀석은 그걸 알고도 회피하듯이 평소처럼 구는 거겠지. 그 생각에 다다르자 가슴이 욱신거리면서 더욱 긴토키한테 모질게 굴었다.
"당장 꺼지라고!"
"켁! 오이!! 내 말 좀 들으라고!"
계속되는 히지카타의 구타에 긴토키는 베개를 잡아서 히지카타가 못 때리게 뺏어서 뒤로 던지고는 히지카타를 강하게 껴안았다. 예상 못 한 태도에 히지카타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나도 널 좋아한다고, 바보 히지카타야. 왜 그동안 말 안 하고 도망 다닌 건데. 걱정했다고."
"그럼 찾아오면 될 거 아냐."
"소이치로군이 너 감기 걸려서 안 된다고 길을 막았다고."
아, 내가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니 소고 녀석이 배려해준 건가. 하지만 히지카타는 다시 침울한 목소리로 껴안은 긴토키의 몸을 밀어버렸다.
"...단순한 동정심이면 가버려. 사람 비참하게 하지 말고."
"그 하나하나인가? 그 병이 진심이라면 치유된다며?"
"그래서 뭐."
"몸 괜찮지?"
그러고 보니 눈 뜬 후부터 몸이 안 아프다. 히지카타는 자신의 윗옷을 빠르게 벗어서 몸 상태를 확인했다. 몸에서 자라는 나뭇가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뭇가지를 꺾어서 상처가 난 부분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자신이 다 치료된 것이 믿기지 않는지, 아니면 긴토키가 자신과 같은 마음인 것이 믿기지 않는지 히지카타는 고개를 들어 다시 멍하니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그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긴토키는 피식 웃어 보이며 히지카타를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히지카타."
※이 밑은 얀데레 긴토키가 나오는, 하나하키 병의 진실입니다. (위에서도 바꿨지만 원작 하나하키 설정과는 약간 다릅니다.)
병실에서 나온 긴토키를 반긴 것은 칼날이었다. 칼날은 긴토키가 나오기를 기다렸단 듯이 문을 열고 나와서 닫자마자 긴토키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문에 부딪치지는 않게 뻗은 칼을 멈춘 것이 병실 안에 있는 히지카타가 이 사실을 모르도록 조심하려는 듯하다. 이 상황을 예상한 모양인지 긴토키는 빈정거리는 미소로 자신을 노려보며 여전히 칼날로 목을 겨누는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소이치로군, 난 히지카타가 아닌데 인사가 거칠다고."
"소고입니다. 히지카타한테 꽤 악질적인 장난친 것 알고 있습니다, 형씨."
"무슨 말인지 긴씨는 모르겠는데."
능청스러운 긴토키의 태도에 오키타는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앞의 긴토키를 당장이나마 베고 싶은 충동을 억눌렸다.
"그 병, 당신이 퍼뜨린 것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것도 말이죠. 하나하키 병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내가 전에 히지카타를 좋아하는 걸 밝히긴 했지만 너무하다고? 무엇보다 범인도 잡혔잖아. 테러리스트로."
"그 쪽은 여인들로 구성된 단순히 꽃으로 위장한 칼을 든 집단입니다. 덕분에 수사하는 데 아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증거는 형씨 집에서 나온 쓰레기봉투에서 찾았어요."
"...그래서?"
방금까지 보이던 여유로운 미소를 지우고 긴토키가 싸늘한 눈으로 오키타를 바라봤다.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는구나. 만일의 공격을 위해서 긴장을 풀지 않은 것이 무색할 정도로 긴토키는 동야호를 꺼내 휘둘려서 오키타의 검을 날려버렸다.
"조용히 넘어가자고, 오키타군. 이미 다 끝났어. 히지카타한테 밝혀도 소용없으니까."
"...지금 히지카타의 상태로는 무리인 것은 알고 있지만 후에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파헤치겠죠. 그리고 형씨가 꾸민 것이란 걸 알게 되겠지."
"글쎄- 그전에 나한테 완전히 빠져든다면 내 승리지. 뭐, 이미 내 승리가 확정됐지만 힘내보라고."
긴토키는 동야호를 다시 옆구리에 차고 오키타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치고는 복도에서 빠져나갔다. 한참을 긴토키가 있던 자리를 허망한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던 오키타는 애꿎은 벽에 주먹을 박고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긴토키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자신한테 무력감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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