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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 반사이와 그가 주운 고양이
- @fosmsq 가람님의 썰에 살을 붙인 글입니다! (2탄 주세요, 작가님)
길고양이한테 먹이를 주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 누군가는 동정심이나 키우는 고양이가 있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은 고양이가 생각나거나 혹은 동물을 좋아해서 이유가 없을 수 있다. 아니면 그저 그렇게 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반사이는 어느 이유로 자신이 이 고양이한테 먹이를 줬는지 모르겠다. 반사이는 동물애호가나 애묘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고양이가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처량했는가? 그것도 아니다. 집에서 나온 고양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깔끔하고 상처 하나 없다. 왼쪽 눈이 다쳤는지 굳게 닫혀있었지만 피가 흐르지도 않았다. 밤하늘을 상징하는 것처럼 햇빛을 받아 보라색의 털이 은은하게 빛났다. 불순물이 섞인 것처럼 탁한 에메랄드 같은 눈동자는 생기가 없어 아름답지 않았지만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눈동자에 생기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끌리게 만들까?
예쁘다.
반사이는 그 고양이한테 홀린 것처럼 바라보다 동물 병원으로 들어갔다. 비어있던 손이 어느새 고양이 통조림을 사서 쥔 자신을 발견하고 어리둥절해졌다. 고양이는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마치 고양이가 자신한테 먹을 걸 사서 내놓으라고 텔레파시를 보낸 느낌이 들었다. 통조림을 까서 고양이한테 내밀자 고양이는 경계심 없이 순순히 다가와 먹었다.
그것으로 이 고양이와 끝인 줄 알았다. 사람한테 경계심이 없는 길고양이 라지만 자신은 그 고양이의 주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그 반대로 반사이를 집사로 생각했나 보다. 반사이와 고양이가 다니는 길이 겹친 건지, 고양이가 일부러 노린 건지 자주 만나게 됐다. 녀석은 반사이를 만나면 길에서 반사이를 뚫어져라 무언가를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럼 그 눈빛에 진(?) 반사이는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용돈을 털어 자연스럽게 먹이를 두고 가버렸다.
고양이의 욕심이 더 커진 건지 이젠 반사이를 기다리는 게 아닌 뒤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우연일 거라 생각하며 반사이는 확인차 평소 안 다니던 길로 향했다. 고양이가 그 뒤를 밟으며 따라왔다. 떼어내려고 뛰었다. 하지만 지리를 다 알고 있는 모양인지 고양이는 뒤가 아닌 앞에서 반사이를 맞이했다. 놀아달라고 이러는 거겠지, 설마 집까지 쫓아오겠나? 반사이는 따라오는 고양이를 무시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반사이의 예상을 깨고 고양이는 제집처럼 자연스레 들어갔다.
- 하아...
누가 보면 집과 바깥을 드나드는 고양이인 줄 알겠다. 한 번 온 것처럼 고양이는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반사이 방의 살짝 열린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 위로 뛰어올라 뒹굴뒹굴했다. 아, 이런. 뒤따라온 반사이가 혀를 차며 손을 뻗었다. 닿기도 전에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며 경계했다. 강제로 집사가 된 것도 모자라 졸지에 방까지 고양이한테 뺏겼다. 당장이라도 더 다가가면 물고, 뜯고, 할퀼듯한 고양이의 살기에 반사이는 포기하고 방을 내주었다. 저리 지내다가 후에 질리면 알아서 내보내달라고 하겠지.
*
도둑 들었나? 어제 부엌 수납장에 사서 넣어둔 참치캔 하나와 고양이용 통조림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사서 넣은 후 꺼낸 기억이 없는데 분리수거로 내놓으려고 하는 쓰레기통에 빈 캔으로 버려져있었다. 자신이 기억을 못 하는 거라 생각하고 넘겼더니 다음 날 또 참치캔 하나가 빈 캔이 되어 쓰레기통에 나뒹굴고 있었다. 반사이는 룸메이트가 없고, 자신 외에 들어올 사람이 없다. 그러니 누군가 먹고 갔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도둑이다. 참치 캔만 먹고 그 외 먹은 음식은 없다. 무언가 훔쳐 간 물건도 없다. 자신의 흔적을 정리하고 갔는지 침입한 흔적 또한 보이지 않았다. 길고양이라지만 이제 네가 사는 집인데 집 지킬 생각 없는 거야? 반사이는 태평하게 누워있는 고양이한테 말을 걸었다. 고양이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루밍을 했다. 자신한테 해만 가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나 보다. 반사이는 한숨을 내쉬곤 경찰한테 전화를 걸어 순찰 강화를 부탁했다.
그래도 도둑이 드나드는 건 여전했다. 경찰들은 수상한 사람을 보지 못 했다고 한다. 참치를 사다 놓지 않으니 이번에는 고등어 통조림이 비워졌다. 도둑이 유독 수산물만 먹는다. 수산물을 안 사니 정체 모를 도둑은 과자, 그다음으로 과일을 먹었다. 매우 적게 먹어 크게 피해 본 것은 아니나 누군가 집에 자유롭게 드나든다는 것만으로 반사이는 큰 위협을 받았다. 결국 카메라를 사서 탁자에 올려뒀다. 이렇게 대놓고 보이면 침입하지 못 하겠지.
- 야옹아...
하지만 이것도 실패했다. 새로 생긴 물건에 고양이가 호기심이 생겨 탁자에 놔둔 카메라를 쳤다. 카메라는 자신을 치는 고양이를 마지막으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 후 바닥만 찍는 영상이 나왔다. 반사이는 이번에도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찾아봤다. 닭볶음탕으로 만들려고 사둔 닭이 뼈로 남은 채 통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전에는 쓰레기를 버리더니 놀리는 것도 아니고. 도둑의 도전장 같은 흔적에 반사이는 의욕을 불태웠다.
어쩌면 이 고양이는 도둑이 키우는 고양이가 아닐까 반사이는 고양이를 점점 의심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자신을 쫓아다니고, 한눈 파는 사이에 부수거나 떨어뜨리는 등 훼방을 놓았다. 만지려고 하면 하악질을 하는데 그리 싫으면 피해다니면 될 것을 항상 반사이의 등을 쳐다보고, 자리를 옮기면 쫓아다녔다.
고양이를 쫓아내야 하나? 반사이는 고양이를 힐끔 쳐다봤다. 반사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턱이 없는 고양이는 평화롭게 거실에서 털실을 굴리고 있었다. 만약 버리면 어떻게 될까? 돌아다니다가 배고파진 고양이는 음식에 쥐약이 섞인 줄 모르고 먹는다, 달려오는 자동차에 치여서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등의 부정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만일 하나 누군가 주워간다면 다행이지만 질려서 버려 다시 길고양이가 되거나 안락사를 당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사람한테 죽을 수도 있겠지.
외모만 예쁠 뿐 귀여운 구석 하나 없는 이 녀석을 나는 뭐가 좋다고 끌렸을까. 고양이를 누구한테 맡기기도, 버리기도 어려워졌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그래서 곧 크게 털어가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통조림이나 과일 등 을 하루에 한 번만 먹을 뿐 변화가 없었다. 후에 먹기만 하는 게 미안해진 모양인지 우렁각시처럼 어느 날은 집이 깨끗하게 청소되어있었다. 어느 날은 소박하지만 밥상이 차려져 있기도 했다. 물론 도둑이 그 재료들을 제 돈으로 사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책상 위에 올려진 반사이의 지갑이 홀쭉해진 것이 그 증거였다.
- (혹시 이 고양이가...)
스스로의 상상이라지만 말이 안 돼서 반사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고양이가 사람으로 변하는 일이라니 동화나 전설에 나올법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황으로는 그쪽으로 밖에 상상이 되지 않았다. 고양이의 손으로 통조림 따개를 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걸 확인하려면 고양이가 방심하고 활동할 때 그 현장을 덮쳐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 고양이는 잠이 많은 동물이라고 하는데 이 녀석이 낮잠 자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결론이 뭐냐면 확인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도둑 잡는 것을 포기한 지 이 주일이 지났다. 도둑은 여전히 소소하게 먹거리만 먹었고, 그 보답으로 청소와 식사 차리는 것을 계속했다. 이제 어찌 되든 상관 없어졌다. 반사이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익숙해져서인지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반사이가 자신을 잡는다는 것을 포기한 것을 안 것일까? 뜻하지 않게 반사이는 도둑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생겼다.
너무 피곤하면 보통 곯아떨어지지만 반대로 잠이 안 오기도 한다. 곧 며칠 후에 열리는 밴드 공연 때문에 반사이는 평소보다 연습을 많이 하게 되는 날이 많아져 그런 상태가 돼버렸다. 침대에 누운 반사이는 커피를 마신 것 마냥 몸은 피곤한데 정신만은 생생하게 깨어있어서 고통받고 있을 때였다. 방 밖에서 들릴 리 없는 발소리와 냉장고 문을 여는 소리가 반사이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면 밤에 먹은 듯한 흔적이 발견되어 도둑 잡겠다고 종종 밤을 새운 적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안 자고 있는 걸 알아챈 건지, 우연히 안 온 건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 도둑이 지금 나타났다. 긴장감에 평소 제 옆에서 자던 고양이가 지금은 없단 것을 반사이는 깨닫지 못 했다. 도둑이 문 여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반사이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엎드려서 천천히 기어갔다. 걸어서 가면 지금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도둑한테 들킬지도 모른다.
- 거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게요?
통조림을 꺼내서 손으로 집어먹는 도둑의 뒤에 선 반사이는 목검으로 목을 겨누었다. 다른 한 손으로 그 옆의 벽에 붙어있는, 부엌 전등을 킬 수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갑작스러운 빛에 도둑도, 그 불을 켠 반사이도 눈살을 찌푸렸다. 겨우 뜬 눈으로 보인 것은 손에 기름을 묻히고 자신을 올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린 흑발의 정수리에 고양이 귀와 엉덩이에 꼬리가 달린 남자였다.
- @fosmsq 가람님의 썰에 살을 붙인 글입니다! (2탄 주세요, 작가님)
길고양이한테 먹이를 주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 누군가는 동정심이나 키우는 고양이가 있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은 고양이가 생각나거나 혹은 동물을 좋아해서 이유가 없을 수 있다. 아니면 그저 그렇게 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반사이는 어느 이유로 자신이 이 고양이한테 먹이를 줬는지 모르겠다. 반사이는 동물애호가나 애묘가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고양이가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처량했는가? 그것도 아니다. 집에서 나온 고양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깔끔하고 상처 하나 없다. 왼쪽 눈이 다쳤는지 굳게 닫혀있었지만 피가 흐르지도 않았다. 밤하늘을 상징하는 것처럼 햇빛을 받아 보라색의 털이 은은하게 빛났다. 불순물이 섞인 것처럼 탁한 에메랄드 같은 눈동자는 생기가 없어 아름답지 않았지만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눈동자에 생기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끌리게 만들까?
예쁘다.
반사이는 그 고양이한테 홀린 것처럼 바라보다 동물 병원으로 들어갔다. 비어있던 손이 어느새 고양이 통조림을 사서 쥔 자신을 발견하고 어리둥절해졌다. 고양이는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마치 고양이가 자신한테 먹을 걸 사서 내놓으라고 텔레파시를 보낸 느낌이 들었다. 통조림을 까서 고양이한테 내밀자 고양이는 경계심 없이 순순히 다가와 먹었다.
그것으로 이 고양이와 끝인 줄 알았다. 사람한테 경계심이 없는 길고양이 라지만 자신은 그 고양이의 주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그 반대로 반사이를 집사로 생각했나 보다. 반사이와 고양이가 다니는 길이 겹친 건지, 고양이가 일부러 노린 건지 자주 만나게 됐다. 녀석은 반사이를 만나면 길에서 반사이를 뚫어져라 무언가를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럼 그 눈빛에 진(?) 반사이는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용돈을 털어 자연스럽게 먹이를 두고 가버렸다.
고양이의 욕심이 더 커진 건지 이젠 반사이를 기다리는 게 아닌 뒤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우연일 거라 생각하며 반사이는 확인차 평소 안 다니던 길로 향했다. 고양이가 그 뒤를 밟으며 따라왔다. 떼어내려고 뛰었다. 하지만 지리를 다 알고 있는 모양인지 고양이는 뒤가 아닌 앞에서 반사이를 맞이했다. 놀아달라고 이러는 거겠지, 설마 집까지 쫓아오겠나? 반사이는 따라오는 고양이를 무시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반사이의 예상을 깨고 고양이는 제집처럼 자연스레 들어갔다.
- 하아...
누가 보면 집과 바깥을 드나드는 고양이인 줄 알겠다. 한 번 온 것처럼 고양이는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반사이 방의 살짝 열린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 위로 뛰어올라 뒹굴뒹굴했다. 아, 이런. 뒤따라온 반사이가 혀를 차며 손을 뻗었다. 닿기도 전에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며 경계했다. 강제로 집사가 된 것도 모자라 졸지에 방까지 고양이한테 뺏겼다. 당장이라도 더 다가가면 물고, 뜯고, 할퀼듯한 고양이의 살기에 반사이는 포기하고 방을 내주었다. 저리 지내다가 후에 질리면 알아서 내보내달라고 하겠지.
*
도둑 들었나? 어제 부엌 수납장에 사서 넣어둔 참치캔 하나와 고양이용 통조림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사서 넣은 후 꺼낸 기억이 없는데 분리수거로 내놓으려고 하는 쓰레기통에 빈 캔으로 버려져있었다. 자신이 기억을 못 하는 거라 생각하고 넘겼더니 다음 날 또 참치캔 하나가 빈 캔이 되어 쓰레기통에 나뒹굴고 있었다. 반사이는 룸메이트가 없고, 자신 외에 들어올 사람이 없다. 그러니 누군가 먹고 갔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도둑이다. 참치 캔만 먹고 그 외 먹은 음식은 없다. 무언가 훔쳐 간 물건도 없다. 자신의 흔적을 정리하고 갔는지 침입한 흔적 또한 보이지 않았다. 길고양이라지만 이제 네가 사는 집인데 집 지킬 생각 없는 거야? 반사이는 태평하게 누워있는 고양이한테 말을 걸었다. 고양이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루밍을 했다. 자신한테 해만 가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나 보다. 반사이는 한숨을 내쉬곤 경찰한테 전화를 걸어 순찰 강화를 부탁했다.
그래도 도둑이 드나드는 건 여전했다. 경찰들은 수상한 사람을 보지 못 했다고 한다. 참치를 사다 놓지 않으니 이번에는 고등어 통조림이 비워졌다. 도둑이 유독 수산물만 먹는다. 수산물을 안 사니 정체 모를 도둑은 과자, 그다음으로 과일을 먹었다. 매우 적게 먹어 크게 피해 본 것은 아니나 누군가 집에 자유롭게 드나든다는 것만으로 반사이는 큰 위협을 받았다. 결국 카메라를 사서 탁자에 올려뒀다. 이렇게 대놓고 보이면 침입하지 못 하겠지.
- 야옹아...
하지만 이것도 실패했다. 새로 생긴 물건에 고양이가 호기심이 생겨 탁자에 놔둔 카메라를 쳤다. 카메라는 자신을 치는 고양이를 마지막으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 후 바닥만 찍는 영상이 나왔다. 반사이는 이번에도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찾아봤다. 닭볶음탕으로 만들려고 사둔 닭이 뼈로 남은 채 통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전에는 쓰레기를 버리더니 놀리는 것도 아니고. 도둑의 도전장 같은 흔적에 반사이는 의욕을 불태웠다.
어쩌면 이 고양이는 도둑이 키우는 고양이가 아닐까 반사이는 고양이를 점점 의심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자신을 쫓아다니고, 한눈 파는 사이에 부수거나 떨어뜨리는 등 훼방을 놓았다. 만지려고 하면 하악질을 하는데 그리 싫으면 피해다니면 될 것을 항상 반사이의 등을 쳐다보고, 자리를 옮기면 쫓아다녔다.
고양이를 쫓아내야 하나? 반사이는 고양이를 힐끔 쳐다봤다. 반사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턱이 없는 고양이는 평화롭게 거실에서 털실을 굴리고 있었다. 만약 버리면 어떻게 될까? 돌아다니다가 배고파진 고양이는 음식에 쥐약이 섞인 줄 모르고 먹는다, 달려오는 자동차에 치여서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등의 부정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만일 하나 누군가 주워간다면 다행이지만 질려서 버려 다시 길고양이가 되거나 안락사를 당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사람한테 죽을 수도 있겠지.
외모만 예쁠 뿐 귀여운 구석 하나 없는 이 녀석을 나는 뭐가 좋다고 끌렸을까. 고양이를 누구한테 맡기기도, 버리기도 어려워졌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그래서 곧 크게 털어가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통조림이나 과일 등 을 하루에 한 번만 먹을 뿐 변화가 없었다. 후에 먹기만 하는 게 미안해진 모양인지 우렁각시처럼 어느 날은 집이 깨끗하게 청소되어있었다. 어느 날은 소박하지만 밥상이 차려져 있기도 했다. 물론 도둑이 그 재료들을 제 돈으로 사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책상 위에 올려진 반사이의 지갑이 홀쭉해진 것이 그 증거였다.
- (혹시 이 고양이가...)
스스로의 상상이라지만 말이 안 돼서 반사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고양이가 사람으로 변하는 일이라니 동화나 전설에 나올법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황으로는 그쪽으로 밖에 상상이 되지 않았다. 고양이의 손으로 통조림 따개를 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걸 확인하려면 고양이가 방심하고 활동할 때 그 현장을 덮쳐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 고양이는 잠이 많은 동물이라고 하는데 이 녀석이 낮잠 자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결론이 뭐냐면 확인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도둑 잡는 것을 포기한 지 이 주일이 지났다. 도둑은 여전히 소소하게 먹거리만 먹었고, 그 보답으로 청소와 식사 차리는 것을 계속했다. 이제 어찌 되든 상관 없어졌다. 반사이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익숙해져서인지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반사이가 자신을 잡는다는 것을 포기한 것을 안 것일까? 뜻하지 않게 반사이는 도둑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생겼다.
너무 피곤하면 보통 곯아떨어지지만 반대로 잠이 안 오기도 한다. 곧 며칠 후에 열리는 밴드 공연 때문에 반사이는 평소보다 연습을 많이 하게 되는 날이 많아져 그런 상태가 돼버렸다. 침대에 누운 반사이는 커피를 마신 것 마냥 몸은 피곤한데 정신만은 생생하게 깨어있어서 고통받고 있을 때였다. 방 밖에서 들릴 리 없는 발소리와 냉장고 문을 여는 소리가 반사이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면 밤에 먹은 듯한 흔적이 발견되어 도둑 잡겠다고 종종 밤을 새운 적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안 자고 있는 걸 알아챈 건지, 우연히 안 온 건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 도둑이 지금 나타났다. 긴장감에 평소 제 옆에서 자던 고양이가 지금은 없단 것을 반사이는 깨닫지 못 했다. 도둑이 문 여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반사이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엎드려서 천천히 기어갔다. 걸어서 가면 지금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도둑한테 들킬지도 모른다.
- 거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게요?
통조림을 꺼내서 손으로 집어먹는 도둑의 뒤에 선 반사이는 목검으로 목을 겨누었다. 다른 한 손으로 그 옆의 벽에 붙어있는, 부엌 전등을 킬 수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갑작스러운 빛에 도둑도, 그 불을 켠 반사이도 눈살을 찌푸렸다. 겨우 뜬 눈으로 보인 것은 손에 기름을 묻히고 자신을 올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린 흑발의 정수리에 고양이 귀와 엉덩이에 꼬리가 달린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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